백골부대 수색대 관악산 등산
얼마전부터 관악산에 한번씩 가곤 했다.
산을 오를때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고
정상에 오르면 성취감도 들고 경치를 즐기기도 했다.
그런데 주로 혼자다니다보니 심심했다.
"안간다고!"
백골 수색대
밥먹듯이 산을 타고 훈련을하는 우리나라에 유명한 수색대대중 하나다.
그리고 이 친구놈이 전역한 부대이기도 하다.
"산이라면 군대에서 지겹게 탓다. 안간다"
"관악산 금방이야 빨리가면 2시간이면 돼."
"그럼 난 한시간 반이면 충분하겠네"
"그래 그러니니까 갔다와서 한잔하면 되겠네. 금방이잖아. 너네 집앞이잖아"
몇주간 설득한 끝에 약속을 잡았다.
"걸어왔어?"
관악산입구 앞에서 만난 친구의 얼굴이 지쳐보였다. 걸어왔다면 한시간은 걸릴 거리라 지쳤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미쳤냐? 버스타고왔어"
"어제 술마셨어?"
"아니 더워서 그래. 더워서"
6월이었고 시간은 12시 정도.
충분히 더위에 지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야, 언제 올라가냐?"
관악산입구에서 등산을 시작하면 10~15분 정도 잘포장된 아스팔트 평지를 걷게 된다.
좌우로 높은 아름드리 나무가 심어져 있어 그늘져 있고 길이 넓어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금방이야 이제 곧 오르막이야"
첫번째 갈림길이 나왔다.
"어느쪽이야?"
앞서나간 친구가 물었다.
헷갈렸다.
"이쪽, 먼저가지마"
앞사람들이 가는 것을 보고 따라갔다.
"어느쪽이야?"
아까 길을 잘 못 들은 것 같았다. 관악산은 이미 몇번 등산을 했는데 이 길은 생소했다.
그러나 내가 길잡이를 하겠다고 데려왔는데 길을 잘못들었다고 말하기 싫었다.
금방이라도 내려가자고 할 것 같았다.
나는 또 앞에 가는 사람들을 보고 말했다.
"이쪽"
가는 동안 이길이 맞는지 어떻게 하면 정상으로 연주대로 갈 수 있을 지 생각해봤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으니까 따라가다보면 연주대에 도착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관악산은 어떻게 가든 오르기만하면 연주대에 도착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길은 좀 생소하지만 오르다보면 갈림길도 적어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아는 길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순간 길에 우리밖에 없다는 걸 알게되었다.
주말 관악산에 사람이 없다니!
앞에 가던 사람들은 안보이고 뒤따르는 사람은 없다.
슬슬 불안해서 핸드폰을 열어 지도 앱을 확인했다.
"야! 길 몰라? ㅅㅂ 내려가"
"아냐 금방 아는길 나올거야"
"야! 길 몰라? ㅅㅂ 내려가"
"좀만 올라가면되"
그렇게 등산을 다시 시작했다.
친구가 씩씩거리며 욕을 더 하다가 말이 없어졌다.
화가 많이 난 듯하다.
"잠깐 쉴까?"
잠깐 쉬며 물통을 건넸다.
"관악산가는데 무슨 물을 챙기냐?"
그렇다 친구놈은 운동화를 신고 물도 없었다.
그래, 그런사람들 많이 봤다. 넌 전역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네가 나보다 산을 잘타는구나
역시 군대 짬밥은 쉽게 빠지는게 아니지
난 핸드폰으로 길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아주머니, 연주대 가려면 어디로가야되요?"
친구를 달래주며 한 5분정도 욕을 먹고있을 때 쯤 아주머니 두세분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고
내가 길을 모른다고 자백했기에 물어본 것이다.
"연주대? 연주대 갈려면 이쪽길이 아닌데? 이길은 장군봉 가는 길인데?"
아주머니는 우리가 올라온 길을 가르기며 말했다.
"연주데 갈려면 이쪽으로 가야되"
그렇다 길을 잘 못 든 것이다.
"야, 내려가"
"이쪽으로도 길이 있어 여기 장군봉 지나서 국기봉 지나서 연주대 가면되"
"야 그럼 엄청 돌아가는거잖아"
"돌아간다기보다는 다른 곳도 보고 가는 거지, 오랜만이잖아. 좋잖아"
"닥치고 내려가"
친구는 이미 하산중이다.
그렇다 원래는 빠르게 연주대를 찍고 오는 2시간정도의 등산이었는데이길로 간다면 4시간 이상 걸릴 것이다.
미안했다.
내가 열심히 꼬셔서 대려 온 것인데 길도 잘모르고 계획이랑 다르게 두배이상 걸리는 길로 간것이다.
간만에 친구랑 나온거라 더 미안했다.
가뜩이나 뭐 하자고 말하면 부정적으로 말하는 친구인데 앞으로 말도 못거낼 것 같아 괴로웠다.
"미안하니까 오늘 술은 내가 살게"
관악산입구에서 고시촌까지 걸가서 점심겸, 저녁겸 술을 한잔 했다.
두어잔 술이 돈 후 친구가 말했다.
"사실 존나 힘들었다. 그래서 내려가자고 한건데 힘들어서 내려가자고는 말 못하겠더라"
"어?"
"너 길 잘못든 것 같길레 지나가는 사람 잡고 물어본거야"
"난 너 말없길레 화난 줄알았어"
"시바 힘들어죽겠는데 말할 기운이 어딨냐?"
그렇다. 우린 전역한지 10년이 넘었다. 그때 체력이 어디 남아있겠냐?ㅋ
'아무말대잔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복사랑니 발치 후기 / 드디어 대학병원 진료 (0) | 2022.02.13 |
---|---|
매복사랑니 발치 후기 / 대학병원에 가야만 할까? (0) | 2022.02.09 |
20살 첫 오일 풀링 (0) | 2021.12.06 |
비접촉 개문사고 교통사고 후기/합의/ 차 대 전동킥보드(3/3) (0) | 2021.10.08 |
비접촉 개문사고 교통사고 후기/정보공개청구/ 차 대 전동킥보드(2/3) (0) | 2021.10.06 |